
장기하의 산문집을 보면 아끼던 안경을 잃어버려 '깨끗하게 포기했다'는 문장이 나온다.(결국 안경은 다시 찾는다) 갑자기 이 표현에 꽂혀버렸다.
'완전히 포기했어'는 어딘가 힘이 잔뜩 든 느낌이다. '진짜 포기했어' 이건 가짜로 포기한 것 같다. 그런데 '깨끗하게 포기했어'는 뭔가 있어 보이잖아, 담백함. 감정의 찌꺼기가 남지 않은 그야말로 '깨끗하게' 모든 게 종결된 분위기.
살아가며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젊어서 가졌던 것들, 가지지 못해 속상한 것들 그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괴로울 때 '욕심을 버렸어'라고 아무리 되뇌어도 이 말로는 버려지지가 않는데, '깨끗이 포기했어'는 뭔가 시원한 청량감으로 다가와 꽤 쿨한 인간같이 느껴진다.
'포기할 건 깨끗이 포기해!'
한동안 나의 유행어로 써야지.
'일상 > 내면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교육적 목적으로 듣는 라디오 (2) | 2022.06.10 |
|---|---|
| 뇌를 집에 두고 나오고 싶은데 (2) | 2022.05.30 |
| 블로그를 관두려다가 (0) | 2022.04.04 |
| 읽던 책 놓아버리기 (0) | 2022.03.27 |
| 소설을 쓰고 싶다 (3) | 2022.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