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에 사는 친한 동생을 찾아갔다. 이 동생으로 말하자면 "언니는 전시해야 해!", "예술인 등록해요 ~", "예술인 코로나 지원금 신청해봐요" 등등 나를 떠먹여 주듯 푸시해줬다. 동생의 충고나 정보가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원금이 나오면 '꼭 밥을 사야지' 마음을 먹었었다. 그걸 오늘 실행했다.

연어가 먹고 싶다길래 연어집에 갔다. 나도 오랜만에 요런 걸 먹어보니 맛있었다.
밥을 먹은 뒤 근처 동생집에 잠시 들렀다. 식물을 좋아하고 키우는 게 취미라 푸른 잎사귀 친구들이 집 안 곳곳에 있었다. 구경하는데 거실의 커다란 뱅갈 고무나무의 새끼?를 하나 들더니 나보고 가져가라고 했다. 촉감이 약간 복실 하면서 따뜻한 느낌이 감돌았다. 집에 있는 고무나무는 맨들 거리는데 이건 독특해서 덥석 받았다.
뜬금없이 동생에게 '나는 앞으로 뭘 해야되냐?'고 물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해야 한다'라고 명쾌한 답을 내줬다. 손으로 직접 그리는 그림으로,

집을 나와 동네의 핫한 카페에 갔다. 산 밑에 자리잡은 곳으로 내부는 창고형의 높은 천장과 흰색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평일임에도 카페는 거의 만석이었다. 내가 마신 시그니처 라떼 음료도 꽤 맛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물향기 수목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가는 길에 동생이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핀 들판으로 나를 안내했다. 내 키보다 높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사실 '난 꽃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동생한테 말했는데 막상 코스모스 앞에선 "세상에 어쩜 이래 ~ 너무 이쁘다"라고 감탄사를 마구 날려버렸다. 동생이 꽃 한 송이를 꺾더니 내 귀에 살포시 꽂아 주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래서 동생도 꽂으라고 했다. 우린 각자 머리에 꽃을 꽂고 나란히 사진을 한 장 박았다. 봄이 되면 유채밭으로 거듭난다고 그때 또 놀러 오라고 했다.
여기서 잠시 놀란 점은, 지금은 꽃이 만개한 시점이 아니라 지고 있어서 시든 꽃들도 많이 보였는데, 동생은 그 마른 꽃들도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가. 자연적으로 시들어가는 꽃들에 시선을 던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래서 가끔은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 줄 누군가를 만날 필요가 있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수목원 앞까지 걸어갔는데 아뿔싸! 월요일은 휴무날이었다. 그래서 다시 발길을 돌려 가까운 카페를 향했다. 이번엔 좀전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였다. 호텔 로비가 연상되는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었다. 브런치 메뉴가 있는 곳이라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동생은 라떼, 나는 맥주를 마셨다. 낮술을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건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다.
동생에게 요즘 고민인 '창의성이 막혔을 때 넌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자신은 소설책을 읽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가 읽는 책들이 상상력과는 거리가 먼 책들이었다. 아무래도 낼 당장 집에 있는 소설책 아무거나 집어 들고 읽어야겠다.
'일상 > 일상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편의점에서 (2) | 2022.10.27 |
|---|---|
| 앨범 커버 그림 연습 (0) | 2022.10.25 |
| 셰퍼드 페어리 전시와 DDP 강연 (1) | 2022.10.23 |
|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벌 구경 (0) | 2022.10.22 |
| 어느 평일 오후 (0) | 2022.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