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앞 편의점에서 저녁으로 라면을 먹고 있었다. 비닐장갑을 낀 중년 여성이 들어오더니 내 근처의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끼고 온 비닐장갑까지 버렸다. 나는 '가게 주인인가?'생각했다. 그리곤 가게를 둘러보더니 나가려고 했다. 그때 남자 알바생이 “아주머니 버리신 쓰레기 가져가세요”라고 말했다. '어라? 주인이 아니었어?'
그러자 그 여성은 자신은 여기서 물건을 자주 사고 여기서 산 물건을 버린다며 "오늘은 그건 아니지만..."라고 말했다. 알바생이 도로 가져가라고 하자 자신은 여기 점장도 알고 낮에 일하는 아가씨도 다 아는데 왜 자기를 모르냐는 거다. 알바생이 본인은 밤에 알바를 하고 오늘 처음 보니깐 모르는 거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갑자기 왜 친절하게 말을 하지않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없게 느껴져 웃음이 피식 나왔다. 손님한테 왜 그러냐는 말에 알바생은 "손님이면 물건을 사셔야죠. 쓰레기만 버리고 가시잖아요. 저도 이런 일이 있다고 듣기만 했는데 처음 보네요." 계속된 언쟁에도 알바생은 조리있게 말을 이어가고 이 여성은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알바생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쓰레기통을 맨손으로 뒤적이며 안에 있는 비닐봉지에 그녀가 갖다 버린 쓰레기를 담아서 가져가라고 했다. 그 여성은 기겁을 하며,
중년 여성 : 이 더러운 걸 가져가라고요?
알바생 : (손으로 전해주며) 아줌마 가져가세요. 저도 손으로 집었어요.
그래도 가져갈 생각을 않고 계속 왜 친절하지 않냐고만 떠들자, 내가 갑자기 "친절했어요"라는 말을 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왔다. 쓰레기만 버리고 나가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며 직원이 불친절하다고 물고늘어지니 알바생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사실 엄격히 따지면 아주 친절하지는 않았다. 덤덤한 말투긴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친절하게 말이 나온다면 성인이지, 그 정도도 양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화살이 나를 향했다.
중년 여성 : (나를 보며) 아니 왜 훈수를 둬요? 선생님이 뭔데 훈수를 둬요?
말이라도 잘하면 더 도와주고 싶었는데, 알바생이 나 없이도 잘 대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살그머니 뒤돌아 다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젓가락질을 하는데 살짝 손이 떨렸다. 원래 겁에 많다. 옆에선 계속 말다툼 중인데 나는 라면을 끝까지 다 먹고, 후식으로 먹을 커피를 고르러 갔다.
멀리서 보니 여전히 그녀는 '더러운 쓰레기 손에 들고 가기 싫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알바생이 아무렇지 않게 "그럼 비닐에 담아 드릴게요"라며 비닐을 꺼내는 모습을 봤다. ‘이야 ~ 저 친구 순발력 있네.’
그 뒤 커피를 고르느라 정신이 팔려 쓰레기를 가져갔는지 안 가져갔는지 모르겠다.
내가 커피를 들고 계산대로 가자,
알바생 : (웃으며) 식사하시는데...
나 : 너무 경우가 없더라고요. 제가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나는 문가 쪽을 걸어가며 웃음띈 목소리로
"잘했어요. 짤리더라도..." 뇌를 거치지 않고 말해버렸다.
나오는데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저 알바생은 뭘 해도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하면 남 일에 개입 안 하는데, 이것도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 쉽게 쫄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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