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서울에 살고 있는 친한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둘째 조카가 싱글 앨범을 발표하는데 표지 디자인을 만들어 줄 수 있냐는 거였다. 참고자료를 보여주며 심플한 그림을 원했다.
나는 음악을 들려달라고 했다. 이미 상당한 구독자가 있는 음악 유튜버인 조카의 곡은 산뜻하고 감미로운 팝의 느낌이 났다. 내가 18살(아마도) 조카의 감성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하니 언니는 자신과 상의하면서 간단히 만들어보자고 했다.
음악의 가사 내용에 맞는 분위기의 사진이 떠올랐다. 얼마전 찍어왔는데 그걸 토대로 재빠르게 하나 그려 언니에게 보냈다. 언니는 좋다고 했다. 문제는 조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시 다른 걸 두 개 더 그려 보냈다. 간단한 라인 드로잉인데, 내가 그려놓고도 '이거 괜찮다'였지만, 역시나 조카가 바라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앨범 커버만 보고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있는 느낌이나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니는 내게 10대 감성으로 고민해보라는 주문을 했다. 10대라... 내가 10대라면? 조카의 유튜브 느낌을 살리려면?
그래서 애플 뮤직에 들어가 최신 차트의 앨범 표지를 봤다. 약간 감이 왔다. 뭔가 그림에 임팩트가 있어 보였다. 찾아보다 보니 꽤 괜찮은 이미지들도 많았다. '어? 이거 공부되는데?'
그 사이 언니는 조카와 계속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설득을 했나보다. 첫 번째 그림이 좋다고, 자신이 좋아한다고 어린 조카가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결국 언니가 약간의 수정을 요구해서 일단 만들어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대로 하나 그려줬다. 근데 언니는 그 그림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내가 한번 보내보랬더니 조카는 그게 더 낫다고 했다. 그것도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마지막 그림이 10대 감성과 조카의 느낌을 살려본 거였다. 거기까지가 내 한계.
아마도 내 그림은 집어치우고 조카가 직접 그리지 싶다. 그럼에도 내겐 좋은 경험이었다. 가끔 노래를 듣고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괜찮겠다.

'일상 > 일상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등산 빨리 오르기 (4) | 2022.10.29 |
|---|---|
| 편의점에서 (2) | 2022.10.27 |
| 오산 나들이 (0) | 2022.10.24 |
| 셰퍼드 페어리 전시와 DDP 강연 (1) | 2022.10.23 |
|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벌 구경 (0) | 2022.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