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계서를 너무 많이 읽었어. 부작용이... 어쩔 수 없지 뭐
정통 추리 소설에서 전해지는 깊은 맛을 느끼며,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읽고 있다. 흥미진진하다. 하나같이 다 범인 같다.
중반부를 넘기자 이런 글이 나온다.
/당신은 내가 질문하는 방식을 약간 경멸하고 계시군요... 하지만 내게도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답니다. 먼저 증인을 만나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탐색하고, 그에 따라 질문할 방식을 정합니다. 방금 전에 난 뭐든지 자기 의견만 말하고 싶어 하는 신사 분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요점만 말하도록 했지요. 그렇다 아니다, 이거다 저거다라는 식으로만 대답하게 만들었어요. 그런 다음 당신이 왔습니다. 당신이 논리 정연한 사람이란 건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잘 아는 것에 대해서만 의견을 말할 겁니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말하겠죠.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란 괴팍한 것이기에, 난 당신에게 좀 다른 방식으로 질문했습니다. 무얼 느꼈는지, 어떻게 생각했는지 등의 질문을 말입니다. 이런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증언 방식은 마치 내가 인간 관계를 할 때, 그들을 파악하고 각각의 대화 방식을 변경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 소설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주변에 정말이지 끊임없이 자기 얘기만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내 경우엔 대체로 요점을 간략하게 말하는 걸 좋아한다.(간혹 지나치게 생략해서 가끔 의사소통이 안 될 경우가 있지만) 근데 이 분을 만나면 항상 내쪽에서 참고 들어주기 때문에 힘이 든다.(사실 어쩌다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미친 듯이 쏟아낸다.)이해는 하지만 몇 년째 지속되니 지친다. 이때 '미안하지만 요점만 말씀해주시겠어요?'라고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분의 입장에선 자기 얘기가 하고 싶어 나를 만났을 텐데, 내 태도에 당황하시겠지만 나는 나를 보호하고 싶다. 이젠,
그리고 다음
/하지만 하드맨 씨의 말을 뒷받침해 줄 증거가 없습니다. 하드맨 씨의 말뿐입니다. 그럼 한번 생각해 봅시다. 하드맨 씨는 자신이 말한 대로 뉴욕 탐정 사무소의 직원일까요? 이번 사건의 경우 재미있는 점은 우리에게는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 없다는 겁니다. 우린 사람들의 증언이 진짜인지 조사해 볼 수 없습니다. 추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요./
이 부분,
대체로 사람을 처음 만나면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 할 수 없으니 그냥 믿는다. 상대가 능력을 과하게 부풀려 얘기한 걸 믿었다가 사기당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 같은 시대엔 그 말을 뒷받침해 줄 증거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법조인도 보이스피싱 당하는 세상인데... 하나하나 이런식으로 의심하면 너무 피곤하지만, 일이나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상황에선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지 말고 약간의 의심을 해보자는 걸 배웠다.
약간 사소한 얘기지만 나는 별의심 없이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이다. 그러다 그 사람이 했던 말과 다른 행동을 하면 '어 왜? 그때 한 말이랑 다르게 저런 행동을 하지?' 이런 고지식함으로 사는데 불편함이 따랐다.(지금은 많이 내려놓았지만, 아직도) '말보단 행동, 혹은 어떤 증거를 보고 사람을 파악한다면 좀 덜 실수하겠구나' 이런 깨달음?
/하드맨 씨는 가짜 여권으로 여행하고 있습니다. 그 점 때문에 의심을 받게 되겠지요. 경찰이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드맨 씨를 붙잡아두고 그 사람의 증언이 진실인지 확인할 겁니다. 다른 승객들의 증언은 입증하기 어려울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증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겠지요. 혐의를 둘만한 근거가 없으니 더욱 그럴 테죠. 하지만 하드맨 씨의 경우엔 간단합니다. 자신이 말한 대로의 사람이거나 아니거나, 두 중 하나지요. 그러므로 모든 것이 명백하게 밝혀질 겁니다./
한 명을 집중해서 의심하면 나머지는 의심에서 완전히 배재된다.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갑자기 내가 읽고 있는 <마인드셋>이란 자계서가 떠올랐다. '고정형 마인드셋'의 경우 좀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형 마인드셋'은 자신이 잘 못 됐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계속 도전한다. 만약 이 글처럼 경찰이 의심스러운 한 사람에게 집중한다면 혹시 다른 곳에 있을 범인을 놓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범인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으로 무장한 '성장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이 범죄자를 잡는 직업을 가진다면 세상은 훨씬 투명할 텐데, 뭐 이딴 생각을...
추리 소설을 즐기며 읽어야하는데 이걸 왜 분석하고 읽고 있는지 나도 모르것다만, 나로선 새로운 방식의 책 읽기다.
'온갖 미스터리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은 역시 최고구나' 지금부턴 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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