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었다. 상식과 비상식이 부딪히는 삶이 가끔 너무 괴롭다.
그래서 나가서 산책하다 문득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에 가장 긴 장발을 유지해 왔던 나)
게다가 최근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뭔가 일이 계속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예전부터 다니던 산책길의 미용실 예약을 확인했다.
요즘은 미용실도 예약제가 많아서 네이버로 검색해 보니 비어 있었다.
집에 와 머리를 감고 미용실로 향했다.
미용실 안엔 남학생 두 명, 아이 한 명이 머리를 하고 있었다.
내게 20 ~30분 기다려야 한다길래 앉아서 책을 꺼냈다.
책이 읽히지 않아 드로잉을 하는데,
15분쯤 지났나? 자리로 안내되었다.
내게 얼마나 자를 거냐고 묻길래 어깨 정도로 약간 층을 내달라고 했다.
자 여기서,
과거의 나는 ’머리를 자른다‘라고 하면 단발이었다.
최근 2년 동안도 정초에 단발로 자른 뒤 연말까지 계속 길렀다.
그래서 어깨 정도라고 하면 대부분 목과 어깨의 시작점 정도로 잘랐다.
그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목과 어깨의 시작점에서 10센치미터는 더 내려오게 잘라줬다.
‘어? 이렇게 길게?’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나는 여기서 깜짝 놀랐다.
‘왜 지금껏 이 길이로 자른 적이 없지?’
머리를 자른다고 하면 확~ 짧아져야 뭔가 변화를 준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그 긴 머리에서 어중간하게 자른 것도 괜찮잖아?
큰 변화는 없지만 뭔가 깔끔해진 기분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비슷한 길이를 유지하며 자를 텐데,
나는 늘 길거나 짧거나 극단적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과거엔 머리가 마음에 안 들면 꽤 오래 신경 쓰며 짜증스러웠다.
요즘은 ‘머리는 금방 길잖아 ~’ 딱히 예쁘게 꾸미고 싶은 욕구도 없고,
머리하시는 분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도 않다.
그래선지 미용실도 아무 곳에 가고 같은 곳을 가도 다른 사람이 해줘도 괜찮다.
많이 무난해졌다.
나의 담당 헤어디자이너분은 바로 앞에 아이의 머리를 하며 말을 많이 해선지,
내가 말을 안 하게 생겼다고 생각한건지,
원래 성격인지, 내 머리색이 밝아서 다음엔 톤 다운 시키면 덜 부해 보일 거라 말한 걸 빼면,
별도로 말을 걸지 않았다.
다른 곳의 경험으론 머리를 감고 가도 새로 감기고, 클리닉이나 약간 곱슬이라 매직도 권하는데,
내가 감고 간 머리 그대로 자르고, 말리고, 매직기로 정리해 주며 빠르게 끝났다.
어찌나 마음이 가볍던지.
회원 등록을 하고 나왔다.
어중간한 길이라 금세 또 길 것 같다.
그럼 또 이만큼 잘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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