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을 짜며 검색하던 중 발왕산 여행 사진을 발견했다. 우리보다 2주 전쯤 갔는데 단풍이 멋지게 들어 있었다. 친구도 오케이 해서 일정에 넣었다.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정상까지 간다고 얘기해주니 친구가 얼마냐고 물었다. '뭐 4000원 정도 하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근데 입구에 갔더니 1인당 왕복 25000원이었다. 다행히 할인을 받아 20000원으로 케이블카를 탔다.(아마 미리 알았으면 일정에서 빠졌을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꽤 긴 시간 케이블카를 타고 가야 했다. 한 10~15분쯤 탄 것 같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한 일은 배가 고파서 먹을 곳을 찾는 거였다. 점심이 부실했나 보다. 위층에 '드래곤 캐슬' 레스토랑이라고 적힌 곳에 갔다. 레스토랑이라 비쌀 것 같아선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시내에서 파는 가격의 2배 정도였지만 우린 여기서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떡볶이와 핫도그를 사 먹었다. 창가 자리의 전망도 좋고, 장작 난로도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발왕산 천연 암반수인 발왕수도 마실 수 있었다. 먹고 나서 스카이 워크를 갔다. 우린 둘 다 여긴 별로라고 생각했다.

발왕산 산책로 중 발왕산 정상까지 가는 1코스를 갔다.(집에 와서 가져온 안내서를 보고선 1코스 인걸 알았다.) 2, 3코스를 못 본 게 아쉽고, 트레킹 코스도 2시간 30분 정도로 무난하다고 한다. 발왕산에 대해 정보 검색이 미흡했던 게 약간 후회된다. 기회가 되면 하루 코스로 발왕산 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갔을 땐 발왕산 정상은 이미 단풍이 떨어져 앙상해지고 있었다. 대신 정상보다 아래인 케이블카에서 본 단풍은 절경이었다. 우리가 이제 단풍을 즐길 나이가 됐다니 신기했다.

친구와 타 지역으로 여행 갈 때 내가 고른 숙소는 대부분 최근 신축한 레지던스였다. 일단 저렴하면서 숙소에서 간단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발왕산을 내려와 평창 시내로 오는 길에 무수한 리조트들을 뒤로하고 우리의 숙소, 'AM 레지던스 호텔'로 향했다. 내가 찾아봤고, 친구가 예약을 했다. 숙소에 들어갔을 때 나는 당연히 트윈룸을 생각했는데, 더블룸이었다. 창가 쪽에 침대가 있고, 화장실과 침대 사이에 거실 같이 테이블과 소파가 있고, 맞은편엔 커다란 TV도 있었다. 친구가 트윈은 침대만 두 개라 같이 놀 공간이 없어서 이 구조가 나을 것 같아 예약했다고 했다. 정말 이 공간에서 우린 잘 놀았다. 숙소도 깨끗하고 물건도 잘 비치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바닥까지 따뜻했다. 다만 아쉬운 건 바로 옆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중이라 뷰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할 듯했다. 참, 주차공간도 좁은 게 아쉽긴 했다. 우린 호텔 뒤편의 길가에 주차를 해야 했다.

발왕산 케이블카를 타는 곳에 여러 음식점들이 있었다. 잠시 둘러보는데 '발왕산 수제 맥주'를 판다기에 눈이 확 뜨였다. 나의 수제 맥주에 대한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나 보다. 친구에게 생맥주를 사서 숙소에서 먹는 건 어떨까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맥주를 병에 담는 동안 사장님에게 오삼불고기집 중에 괜찮은 곳을 권해달라고 했다. 그분이 알려 준 곳이 '외갓집' 오삼불고기였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걸어가니 10분 정도 거리 였다. 오삼불고기에 소주 한 잔을 걸쳤다. 나중에 밥을 볶아 먹었는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묘하게 맛있는 곳이었다.

우린 소화도 시킬 겸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근처에 보이는 현지 빵집 '루&루 베이커리'를 갔다. 다음 날 아침에 먹을 빵을 사서 나왔다. 저 멀리 로컬 푸드 간판이 보여서 궁금해서 가봤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들 식품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여기서 요거트와 강냉이, 그리고 봉평 메밀 막걸리가 보여 덥썩 집었다. 숙소로 와서 사 온 음식들을 보며 뿌듯해서 한 컷 찍었다. 강냉이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고 또 춤췄다. 씻고 누우니 숙소의 편리함이란, 전날 차박의 낭만을 그새 잊었다.

다음 날 나는 어김없이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8시쯤 빵과 요거트, 사과로 아침을 먹었다. 베이컨과 치즈가 들어간 빵인데 너무나 맛있었다.(과연 채식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리를 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양떼 목장'을 향했다. 10시쯤 양떼목장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13년 전쯤 회사에서 단체로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좀 더 푸르렀고, 잔디만 가득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와보니 주변에 나무들을 많아진 것 같다. 아담하고 예쁜 목장으로 기억해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여전히 평화로워 보이는 양떼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출발은 했으나 사실 여행 초반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주 아울렛을 들르기로 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한번 가보고 싶기도 했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일단 인포메이션에서 식당 위치를 묻고, 지도를 챙겨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군데 들어가 봤는데 별로 볼 게 없었다. 우리는 배도 고프고, 피곤하기도 해서 바로 식당가를 찾았다. 밥을 먹고, 옆에 있는 '하프 카페'를 갔다. 40만 잔이 팔렸다는 '크림버터 라떼'를 한 잔 사서 프라다 매장 앞 벤치에 앉아서 나눠 마셨다. 첫 모금을 먹고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다 있어?' 그러나 두 모금 더 마시니 처음 먹을 때의 그 묵직한 식감이 녹은 얼음 때문인지 묽어져서 그냥 그랬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긴 했다. 단짠 커피를 마시고 나니 둘이 다시 반짝해졌다. 두세 곳을 더 구경하다 진짜 집으로 향했다. 우린 여주 아울렛만 가면 사고 싶은 물건이 굉장히 많을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졸음방지용으로 방탄소년단의 메들리를 들으며 왔다.
여기까지 2020년 10월 15일(목) ~ 17일(토)까지의 여행기.
이 친구와는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운전은 친구가, 자잘한 일은 내가 맡는 업무 분담이 되어 있다. 친구의 여행 스타일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많은 걸 한다. 처음엔 체력이 약한 내가 약간의 불만이 있었으나, 작년 가을 강원도 여행을 통해 이것도 꽤 괜찮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짧은 기간에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왔다. 다만 다녀와서 뻗긴 했어도. 그런데 이번엔 내가 계획을 짜서 약간 여유로웠다. 아니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춤을 그렇게 많이 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행지를 여러 곳 다니던 걸 대신해 한 곳에서 춤판을 벌였다.
보통 이쯤 되면 마무리로 여행에 대한 인상적인 이야기를 남기지만, 각각의 여행지가 다 좋았기에 딱히 정리할 내용이 없다.
장시간 운전을 한 친구에게 고맙다. 그리고 여행 중엔 음식에 대한 모든 봉인을 풀었다. 뭐든 다 잘 먹었다. 생각을 완전히 비우고,
다음 날 아침 집.
내가 아침부터 별거 아닌 걸로 엄마에게 짜증을 냈더니 "실컷 잘 놀고 와서 왜 이러는데?" 맞다. 너무 잘 놀아서 그렇다. 피곤해서 그랬다. 그러니 잘 놀다 온 사람이 혹시 짜증 내도 이해하자.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이렇게 신나게 노는 날도 있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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