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 친구를 만났다. 모교 고등학교를 잠시 들러 추억 놀이를 하고 차를 탔다.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셨는데 갑자기 멀미처럼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아팠다. 친구는 다음 장소로 운전 중이었다. 참으려고 애썼다. 친구는 옆에서 속도 모르고 여기 뭐가 맛있네, 저기 뭐가 맛있네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미안하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고 친구에게 목적지의 화장실을 잠시 들렀다가 집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고 나니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전날 잠도 잘 못 잔 데다가 점심으로 갈비탕을 먹고 하필이면 갑작 추위가 온 날, 걷고 싶어서 친구 집까지 30분 거리를 걸었다. 아무래도 추위에 몸이 위축되어 소화가 안 됐나 보다.

그렇게 집으로 차를 돌려 오던 중, 속이 편치 않아서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혼자 좀 떠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친구는 평소 내가 다 내려놓은 사람처럼 말을 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했다. 예를 들면 내가 '얼마나 살라고?'라를 말을 하면 친구는 내가 지나치게 회의적인 거 같다고 생각했다는데, 사실 알고 보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게 내 속마음이었다. 거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반대로 말하곤 하는 나의 허세와 찌질함의 끝을 보고 말았다.
나는 친구를 통해서 잊고 있던 생각을 되찾았다. 나는 어떤 정보를 기억하고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되면 내가 이것 때문에 그렇다고 믿고 그렇게 느끼려고 한다는 점이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정보를 맹신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 상태가 건전할 땐 ‘이게 다 맞는 말은 아니지’라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극도로 한쪽으로 치우친다.
이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내가 속이 좀 편해지면 '밥 먹고 들어갈까?' 그러다 다시 나빠지면 '아냐 집에 가야겠어' 또 좋아지면 '니네 집에서 놀다갈까?' 그러다 다시 상태가 안 좋으면 '집에 가는 게 낫겠어' 대여섯 번 변덕을 부렸다. 친구가 내 변덕에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라고 이해해줬다. 나중엔 너무 고마워서 "나 너랑 쭉 ~ 같이 있고 싶어"라고 말했더니 친구 왈, "남자한테 들어야 할 말을 너한테 듣는다"
배탈 때문에 재밌게 놀진 못 했지만 오랜만에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이 대화들이 실제론 엄청나게 웃겼다. 집에 왔더니 소화가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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