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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속에서

살이 빠졌다 (잠정적 채식 중단)

가끔 내 인생은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는 변덕스러운 인간이다.

 

끼니를 반 공기씩 먹고, 매일 만보 넘게 걸으며 몸을 계속 움직였다. 정신도 쉬지 않고 생각에 빠져 지냈다. 그러면서 나이 들면 대사기능이 떨어지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더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살이 빠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얼굴이 핼쑥해지는 걸 보면서 '이제 나도 늙어 가는구나' 생각했다.

 

다 내 무지함에서 온 결과였다.(이게 맞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다가 잃은 뒤에 반성한다.)

 

8월에 찍은 영상을 보니 그때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8월부터 블로그를 시작하며 밤마다 무리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즐겁게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규칙적으로 쓰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몸을 챙기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다. 거기다 9월 말부터 기호식품까지 끊겠다며 조금씩 먹던 간식조차 먹지 않자 기하급수적으로 살이 빠졌던 것이다. 그걸 모르고 살았다. 결국 10월 초부터 기력이 딸리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10월 중순에 다녀온 여행을 기점으로 내 몸의 문제를 깨달았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 속 내 얼굴은 해골이었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몰랐단 말인가?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다 내 잘못이었다. 음식이 절제되면 꽤 삶이 간편해질 줄 알았지 건강이 나빠지리란 걸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여행의 피로 때문인지 내 얼굴은 더 말랐고, 엄마가 당장 뭐 좀 먹으라고 해서 그때부터 먹기 시작했다. 한의원도 다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만난 내 지인은 내가 너무 말라서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나도 덜컥 겁이나 집에 와서 올해 처음으로 몸무게를 쟀다. 최근에 조금 먹어선지 내 체중은 마지막 쟀을때 보다 2, 3킬로 정도 적게 나왔다. 체중이 크게 빠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그 뒤로 밥을 한 공기씩 꼬박꼬박 먹기 시작했다. 채식을 그만두고 고기도 먹기 시작했다.

 

참, 채식 때문에 살이 빠진 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채식 초반엔 많이 먹었다. 그땐 통통하게 예전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여름을 지나면서 먹는 양을 확 줄여버린 것이다. 채식 영상이나 자료를 봐도 채식인들은 꽤 많은 양을 먹는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중에 몸이 회복되면 제대로 된 채식을 조금씩 병행해야겠다.

 

나이 들어 살이 빠지면 얼굴부터 빠진다는 말을 내가 실천할 줄 몰랐다. 사실 나는 내 얼굴이 늙어가는 걸 보며 괜찮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남 신경 쓰지 말고 살자.' 하지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여러 사람에게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인스타에서 본 어느 요가 선생님은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잘 살던데 나는 그렇게 강인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좀 더 먹고 살을 찌워보기로 했다. 아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 왜냐면 나는 늙었으니깐, 아... 내 동안의 비결이 통통한 볼살이었는데, 다 사라져 버렸다. 비통한 심정이 들다가도 이게 뭐라고 괴로워하는 거냐고 스스로 다독인다. 

 

내가 잘 먹지 않아서 같이 못 먹은 엄마에게도 미안하다. 체력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제는 배부른 게 좋아졌다.

 

그리고 웃어야 덜 늙어 보인다. 어떻게 웃는 걸로 좀 나아 보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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