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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내면의 ~

삐딱이

아침에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 글감을 찾았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면 단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우길 때 그 단점이 강화된다'고 예전에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어릴 때 나는 엄청나게 잘 삐쳤다. 그래서 집에서 내 별명은 '밴댕이 소갈딱지'였다. 정말 그 말을 듣기 싫어서 악을 쓰고 달려들곤 했었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는 친구들이 내게 '소심하다'고 말을 할 때마다 집에 와서 이불 킥을 했다. 그 말도 정말 듣기 싫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즘의 나는 소심하고, 예민하고, 성격의 기복도 인정한다. 나는 그리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 가끔 아직도 '나는 그런 사람(소심, 예민)이 아니라고' 우길 때가 있다. 뭐 컨디션이 안 좋거나 그러면,

 

 

 

 

 

 

한때 내가 싫어하던 간판이 있었다. 대체로 긍정적인 형용사가 들어간 것이다. 이를테면 구청에 '정의로운 *구', 가게에 '행복한 ***', '착한 ****', '올바른 **'... 등등 이런 문구를 보면 얼마나 아니면 저런 간판을 썼을까? 현실이 제대로 돌아가면 저런 문구가 필요할까? 행복을 강조하는 사람을 보면 반대로 생각했다. 정말 행복하다면 말도 필요 없을 텐데, 왜 저렇게 강조를 하지? 어떤 상황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면 그것도 반대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자리가 재미없어도 재밌다고 생각하고 떠들다 보면 재밌어지고, 맛없는 걸 먹어도 맛있다고 말하다 보면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에 현실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던 시절과 세상을 삐딱하게 본 시기를 겪고 나서야 중간이 맞춰졌다. 극단을 오가야 조금이나마 깨닫는다.

 

굳이 글의 앞부분과의 연결고리를 찾자면 현실이 그렇게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나서야 삶이 편해진다는 말이다. 불편하고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살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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