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오빠네 갔을 때 추억이 떠오른다. 오빠와 나는 포틀랜드 외곽의 한 동네 구경을 갔었다. 화장실이 너무 급했다. 그래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우린 음료를 시켰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죄다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인테리어도 초록, 연두색이 많았다. 그래서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야, 여긴 건강한 곳 같다."
집에 돌아와 오빠가 검색을 해보더니 우리가 간 곳은 채식 레스토랑이었단다. 그런데 얼마 전 오빠가 그 가계가 문을 닫았다고 했다. 코로나로 영업이 어려웠나 보다.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아마도 이 일화가 내 채식의 복선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돌아와 영어 공부하겠다고 가입한 넷플릭스에서 채식 다큐를 보게 된 것이다. 그 뒤로 채식을 시작했다가 실패했다. 몇 번 글로 남겼지만 너무 적은 식사량과 채소만 먹은 게 원인이었다. 그래서 살도 빠지고 기운도 없었다. 이번엔 그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콩과 고구마, 곡류를 잘 챙겨 먹는다. 물론 100% 채식은 아니다. 제사, 지인과 외식 시, 가끔 엄마가 고기, 생선 요리를 할 땐 조금씩 먹기로 했다.(처음엔 내 소신대로 밀어붙였는데 채식을 관뒀을 때, 다들 반기는 분위기였고, 나로 인해 그들이 불편을 겪었다니 어쩌겠나, 이 정도는 내가 접어야지.)

올해 들어 '더 게임 체인저스'를 두 번이나 다시 봤다. 다른 채식 다큐들은 병에 걸렸을 때나 병을 예방하는 차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더 게임 체인저스'는 개인의 체력에 중점을 둔다. 요즘의 내 관심사가 체력단련이다 보니 더 와 닿았다. 어린 시절 올림픽에서 봤던 칼 루이스가 채식을 하고 기량이 향상됐고, 40대의 사이클 선수가 채식 후에 지치지 않는다는 얘기, 힘센 걸로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 격투기, 미식축구, 보디 빌더 등등의 다양한 선수들의 채식 경험담을 듣다 보면 절로 힘이 난다.

다큐에 나온 보디 빌더 Nimai Delgado의 인스타에 자신이 먹는 음식 사진이 있다. 서양의 채식인들은 입맛이 고기에 길들여져선지 대체육으로 만든 음식을 즐기는 것 같다. 나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는 롯데리아의 '리아 미라클 버거' 세트를 먹고, 다음 날은 써브웨이의 '얼터밋 샌드위치'를 먹었다. 콩과 밀이 베이스라 밋밋한 맛을 불고기 소스로 잡으려고 해선지 좀 달긴 했지만 먹을 만했다. 다만 대체육이라고 해도 기름이 들어간 고열량 식품이라 썩 소화가 잘 되진 않았다. 자주는 못 먹겠다.
계속 한식만 먹어온 사람에겐 한식 채식으로도 충분할 텐데, 나처럼 이것저것 먹던 사람에겐 한식 채식만으로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즐겨먹던 파스타를 채식 재료로 가끔 만들어 먹는다. 다큐에서 본 부리토도 맛있다. 특이 이런 것들에 콩을 곁들이면 맛도 좋고 영양도 좋다. 근데 약간 아쉬워 올리브나 할라피뇨 같은 것을 조금 넣어준다. 피클도 먹어주면 예전에 먹던 입맛의 만족감이 느껴져서 좋다. 내 방식대로 채식을 하는 거다.

마트에 가서 채식 라면과 부재료들을 샀다. 다시 맛있게 채식을 시작해야지.
p.s.

예전에 그린 그림일기를 보다가 발견했다.
생일과 사망일이 명확하게 기록된 내용을 다 알고도 먹는 우리들의 잔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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