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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속에서

덕질 2

이번엔 장항준 감독님이다. 올해 나의 새로운 멘토로 등극하셨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29호 덕질 아래에 뜬 유튜브 알고리즘에게 고마워해야 하나?(알고 보니 요즘 핫한 인물이었다.) '라디오 스타'에 나온 영상이 시작이었다. 원래 재밌는 분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지리라곤 예상을 못 했다. 인상 적였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는다.

 

어릴 적 학교에 숙제를 안 해갔다고 한다. "가서 몇 대 맞으면 끝날 일인데, 왜 힘들게 숙제를 해?"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 생각은 못 하고 살았네' 맞는게 무서워서, 애들 앞에서 창피당하기 싫어서 하기 싫은 숙제 억지로 해갔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손 조금 따끔하고 애들이 좀 놀리면 어때? 감독님은 애들이랑 노는 게 좋아서 맞아가며 학교에 놀러 다녔단다.(여기서, 며칠 뒤 생각해보니 이 분은 어릴적 부잣집 아들이었다. 그러니 공부 못하고 장난꾸러기라도 친구가 많았을 것이다. 씁쓸한 현실 직시) 지금에 응용을 하자면 '좀 못 가지고, 무시당해도 돈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왜 해? 내 일이 이렇게 재밌는데'

 

라디오스타에 출현한 내용 중 감독님이 돈이 너무 없어서 친구인 윤종신에게 돈 300만 원만 꿔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윤종신은 말이 잠시 없다가 "넌 이 나이에 300도 없니?" 여기서 흐름은 빈정 상하라고 하기보단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안타깝다. 그런 뉘앙스라고 한다. 그때 감독님의 대답 "없어!" 밝게, (이건 연출한 상황일지 모르겠으나) 아... 자존심도 없구나. 저거다! 저렇게 사는 거야! (물론 둘 사이 끈끈한 우정이 있기에 가능한 상황이지만) 나는 자존심 때문에 별거 아닌 일로 얼마나 삐졌던가? 상대방 말이 자존심이 상해도 맞으면 인정하고, 설령 무시 좀 당하면 어떤가?

 

아르코 미술관에서 강의한  내용을 봤다. 본인이 말한 '귀여움을 받고 자란 자신' 외에 다른 면을 발견했다. 살면서 여러번의 굴곡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생각까지 듣다 보니 역시 이 분, 이랬던 거구나.

 

행복에서는 유머가 나오지 않는다. 행복한 상태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전혀 없다. 유머는 슬픔으로부터 나온다.

찰스 슐츠의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 중에서

 

늘 재밌는 사람을 보면 이 문장이 떠오른다. 감독님의 가훈은 '재밌고 신나게 살자'라고 한다. 언젠가부터 나도 내 인생 목표가 '즐기기'로 바뀌었다.(끝을 알기에 즐겁게 살자, 잘) 이 강좌는 여러 가지로 남는 부분이 많았다. 가끔 다시 보기를 해야겠다. '남의 장단에 춤추지 말고 내 장단에 춤추고 살자'

 

 

 

 

'김은희 작가의 남편 장항준입니다' 세상이 변했다. 이상순 님과 함께, 성공한 여성을 부인으로 둔 바람직한 남편상의 표본이다. 이렇게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더 돋보인다.

 

2년 동안 준비한 영화가 무산됐을 때, 김은희 작가님과 나란히 차를 타고 오면서 괴로워하자 작가님이 말없이 자신의 무릎을 툭툭 쳤다고 한다. 감독님은 그 무릎에 엎어져 2시간을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가님 또한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들을 아껴가며 보고 있는데 보다 보니 내용이 재탕, 삼탕... 본인이 그것 또한 알고 있어서 웃기다. 도서관에서 인터뷰 집도 읽었다. 세상에 그 내용도 강좌랑 똑같다. 그래도 좋은 건 여러 번 봐야 각인이 되지. 어릴 때 '박봉곤 가출사건'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라이터를 켜라'도 봤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올해는 볼 영화와 드라마들이 쌓였다. 거기에  매주 업데이트되는 유튜브까지, 일단 '싸인'부터 본다.

 

도서관에 갔다가 인터뷰집 책에서 감독님 부분을 읽고 좋았던 내용을 남긴다. 

 

 

옛날 성룡 주연의 영화에서 악당이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라" 그러면 주인공이 분개하곤 하는데, 저는 사실 그게 그렇게 억울한가 싶었어요. 돈을 내라는 것도 아닌데. 그냥 가랑이 사이로 나와서 집에 가면 되잖아요.(청중 웃음) 굳이 복수할 필요도 없고. 저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무릎 꿇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나이 마흔이 넘어서 생각해보니 '사람이란 게 자기 앞을 스쳐가는 수십 번의 기회를 모른 채 살 수도 있겠구나'싶었지요. 왜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기회라는 놈은 뒷머리채가 없다.' 앞으로 달려서 쑥 지나가는데, 뒤를 돌아 잡으려고 하면 대머리인 거지요.(청중 웃음) 직감적으로 스쳐가는 운을 낚아챌 수 있는 방법은 '갈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만큼 그 일에 굶주려 있느냐. 항상 그 일을 생각하고 지켜봤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 부족하나마 제 인생을 '대충' 말씀드렸는데, 저도 앞으로 제 여생을 진짜 대충 한번 살아보려 합니다. 재밌게 즐기면서, 그리고 오는 기회는 잡아가면서 말이지요.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긴장하면 지는 거고, 설레면 이기는 거다.' 설레면서 아주 대충대충, 이제 돈은 제 아내가 버니까요.(청중 웃음) 얼마나 즐겁습니까. 남은 인생 동안 부족하나마 제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작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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