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일상속에서

첫 캠핑 (에세이)

작년에 친구와 두 번의 차박을 경험했다. 이번엔 나의 오랜 로망인 캠핑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지난달 친구와 통화 중 캠핑 얘기를 꺼냈더니 친구도 관심을 보였다. 장소는 작년에 물색해 둔 <운일암 반일암 국민 여가 캠핑장>으로 정했다. 날짜는 금, 토로 예약했다. 장비는 운 좋게 친구 동생에게 빌렸다.

 

매주 토요일마다 비가 왔는데, 지난주엔 비가 안 와서 다행이었다. 가는 길에 잠시 '돌짜장' 맛집에 들러서 든든하게 배부터 채웠다. 할 일이 많으니 잘 먹어둬야 한다는 친구의 큰 그림이었다. 2시쯤 캠핑장에 도착하자 관리사무소에서 온도를 재고, 휴대폰 번호를 남겼다. 그리고 쓰레기봉투 1장을 구매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잘 가져가지 않아서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했다.

 

예약해 둔 우리의 C-14 구역으로 향했다. 세상에 ~ 땅이 엄청 넓었다. 구석진 자리라 그런지 유독 넓었다.  땅부자가 됐다는 즐거움도 잠시. 친구가 빌려온 타프(사방에 막힌 천막 같은 것)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 할 테니 걱정 말라고 친구에게 말해놓곤 '가면 어떻게 되겠지'란 생각으로 갔다.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바닥에 팩(이 용어도 나중에 알았다)도 제대로 못 박고 바람까지 엄청 세게 불어 다섯 번은 넘게 무너진 것 같다. 점점 지쳐서 포기하려는 순간, 아저씨 두 명이 망치를 들고 나타났다. 우리가 설치한 팩을 다시 박고 루프를 고정해주셨다. 알고 보니 우리가 내지른 괴성을 듣고(무너질 때마다 아아 ~ 안 돼 ~ ) 같이 온 아내분들이 가서 좀 도와주라고 하셨단다.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타프를 설치할 수 있었다. 많이 배웠다. 고마워서 맥주 6캔 1팩을 갖다 드렸더니 천혜향 두 개와 김을 주셨다. 나는 덥석 받아왔다.

 

여기서 내 친구의 근거 없는 자신감(몇 가지가 있다) 중 가장 황당했던 건, 바람이 많이 부니깐 타프 지퍼를 전부 열어서 바람이 통과하면 안 쓰러질 거라고 했다. 나도 그럴듯해서 수긍했다. 그때 찍어온 영상을 봤다. 바람이 타프 안으로 들어와 타프가 엄청나게 펄럭였다. 내가 그 말을 믿었다는 게 놀랍다.

 

이렇게 타프만 3시간이 걸렸지만 텐트는 쉬웠다. 집에서 쓰는 난방 텐트처럼 조립식 막대를 끼고, 연결 고리에 작은 팩 4개로 고정하면 끝이었다. 캠핑 가기 5일 전쯤 친구와 통화하며 그제야 "우리 바닥은 어떡하냐?" 그래서 부랴부랴 검색했다. 인터넷에서 알려준 대로 은박 돗자리를 깔고, 차박용으로 쓰던 발포 매트를 깔고, 급히 산 자충 매트를 두 개를 깔아서 바닥 공사를 마쳤다. 그리고 극적으로 캠핑 전날 친구 동생이 침낭과 등유 난로를 빌려주기로 했다. 침낭을 펼치고 난로를 옆에 두니 어느 정도 잘 곳이 정리됐다. 조명을 장식하고 나니 6시가 됐다.

 

 

 

 

 

그때 갑자기 친구가 "동생이 잠깐 놀러 온대. 괜찮지?"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이어서 "제부도 온대. 괜찮지?" 나는 좀 당황했다.(나중에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캠핑 다니는 사람들은 서로 편하게 먹을 거 사들고 오간다는 것이다) 친구가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해서 2인 분량만 준비했고 쌀도 2컵에 라면도 2개밖에 없어서 그것만 챙겨 왔다. 음식 양도 부족하고 맛도 신경이 쓰였지만 친구는 기가 막히게 냄비밥을 잘 지었고, 나는 시간 안에 파스타를 완성해서 손님을 기다렸다.

 

동생 부부는 고기에 고기 불판, 채소, 과일까지 한아름 싸들고 왔다. 정말 푸짐한 한 상이 됐다. 친구는 동시에 두 개의 버너에 고기를 굽는 장관을 연출했다. 우린 동생 덕분에 고기도 배부르게 먹고 김치, 파, 과일까지 득탬 했다. 배드민턴을 잠시 치고, 난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라면까지 끓여 먹었다.(친구는 동생이 우리가 처음 가는 캠핑이라 먹을 거는 제대로 먹나 걱정이 돼서 온 것 같다고 했다)

 

동생 부부를 보내고 뒷정리를 하고 나니 11시 정도 됐다. 친구와 밤마실을 나갔다. B구역에서  A구역까지 걸었는데 우리의 C구역이 가장 사람이 많았다. 적당히 텐트들이 모여있는 모습에 친구가 동화 속 마을 같다고 했다. 

 

 

 

 

 

잘 준비를 하고 난로를 텐트 안에 들였는데, '와~~~ 천국이 따로 없구나' 난로 하나에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니... 감탄을 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아침 메뉴로 콩나물국을 끓이기로 했었다. 집에선 콩나물에 소금, 파만 넣어서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전날 사람들이 남은 김치를 넣어서 끓여먹으란 말에 김치를 넣었다. 맛있을 줄 알았는데 끓일 때 깊은 맛이 나오지 않았다.(아마도 파는 김치라 설익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콩나물국과 사투를 벌이는데 친구는 옆에서 갑자기 남은 돼지고기 한 줄을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다.

 

 

 

 

 

한 상 거하게 차려 먹은 뒤, 밥이 좀 남은 게 아까웠다. 친구가 그럼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거 참 괜찮은 아이디언데? 콩나물국 남은 것도 비닐에 싸가서 먹기로 했다. 설거지 거리를 정리하다 보니 프라이팬에 가득한 돼지기름이 보였다. 그래서 내가 그 기름에 김치볶음밥을 하자고 했다. 남은 파와 김치, 밥을 넣고 볶았는데 윤기가 좔좔 나는 게 먹음직스러웠다.

 

대망의 정리 시간. 친구에게 설거지를 부탁하고 나는 정리를 하기로 했다. 12시까지 철수였는데, 아마 우리는 10시 30분 정도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충분할 줄 알았는데, 웬걸 ~  물건들을 제 자리에 집어넣고, 소소하게 정리할 것들이 꽤 많았다. 거의 12시가 다 돼서 친구는 차에 짐을 싣고, 나는 텐트를 접었다. 그리고 타프를 철수하는데 전날 아저씨가 말했던 것처럼 팩 1, 2개는 뺄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나올 때 보니 전날 온 사람들이 2박을 하는지 몇몇 텐트는 그대로 있었다. 약간 부럽기도 했다.

 

 

 

 

 

우린 근처 공원으로 피크닉을 갔다. 돗자리를 깔고 알뜰하게 볶아온 김치볶음밥과 콩나물국을 먹고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노래와 춤으로 오락 타임을 가진 뒤 집으로 향했다. 나는 왠지 이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 친구에게 "니네 집에서 치킨 시켜 먹을까?"(나 채식주의자 맞어?)했더니 그러자며 이어서 친구가 "자고 가 ~" 그 말에 바로 "그럴까?" 답하고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뒤풀이로 치맥을 먹고 푹 잤다. 내가 코까지 골았다니 피곤하긴 했나 보다.

 

즉흥적이고 다소 산만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잘 다녀온 우리에게 박수를 ~ 그리고 이 모든 장비와 음식까지 협찬해준 친구 동생 부부에게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캠핑의 경험을 짧게 남긴다. 집을 짓고, 밥을 해 먹고, 정리하고, 자고, 밥 먹고, 정리하고, 집을 철거한다. 캠핑은 계속 분주하게 움직이며 현재에 충실해야 했다. 나에겐 이것이 진정한 힐링이었다.

 

p.s.

배경 음악이 거의 '쁘걸' 노래였는데 같이 들어준 친구에게 고맙다. 

 

'일상 > 일상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예능의 교훈  (7) 2021.06.19
푸라닭 치킨을 먹었다  (1) 2021.04.22
동사서독을 보고 와서  (0) 2021.02.18
덕질 2  (5) 2021.02.04
싱어게인에서 시작된  (0) 2021.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