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친구가 던진 걸 덥석 물었다. 나보고 '배성재의 텐'을 들어보라고 해놓고 자긴 듣지도 않고 나만 '배텐러'를 만들어버렸다. 이번엔 '강철부대'를 보라고 했다. 첨엔 군대 이야기라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가 본 군 영상은 기껏해야 최근 쁘걸의 역주행을 도운 군인들의 가오리 춤이 다였다. 그런데 군 예능에 제대로 꽂혔다. 그것도 특수부대에,
시리즈물은 몰아 보고 돌려볼 수 있는 넷플릭스로 본다. 친구가 밤을 꼴딱 새면서 봤다길래 그만큼 재밌나? 그래서 나도 밤에 컴퓨터를 켰다. 아 놔 ~ 새벽 3시까지 봤다. 이미 13회까지 방영된 상태지만 패널들 얘기는 건너뛰고 참가자들이 나오는 부분만 보니 8회까지 금세 볼 수 있었다. 대체로 시리즈 물을 밤늦도록 보면 엄청 힘든데, 다음 날 짧은 수면 시간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피곤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프로는 체력적 한계를 버텨내는 게임이 많았다. 다소 단순한 포맷이라 머리가 복잡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이어서 다 보고 궁금한 점들을 하나씩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는 '강철부대' 주간이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먼저 이 프로에 대한 내 의견을 간단히 정리하고 몇몇 캐릭터별 분석으로 마무리 짓겠다.
일단 이 프로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겠다. 특전사, SSU(해난구조전대), 707(대테러 특수임무대), SDT(군사 경찰 특수임무대), 해병수색대, UDT(해군 특수전전단) 출신의 예비역들이 6개 팀 4명이 한 조를 이뤄 각 부대의 명예를 걸고 게임을 통해 최고의 부대를 선발하는 프로다. 이런 프로 특징이 초반에 떼거지로 나와 누가 누군지 모른다. 회를 거듭해야 캐릭터가 파악된다. 근데 유독 707이 나오면 늘 1 사람이 부족했다. 3회 정도 됐을 때 이상해서 검색해봤다. 포털에 '강철부대 논란'치니 바로 나왔다. 한 명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통편집이 된 것이다. 그 뒤로는 얼굴 없는 누군가의 활약이 나오면 '아 ~ 그 사람이구나' 넘어갔다. 무려 11회까지 일명 '고스트 박'이 나온다.
나는 이 프로가 각 특수부대를 대표한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비역들이라 현역의 훈련 강도를 유지하며 살긴 힘들었을 테고, 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로 변할 수 있다. 다만 군 예능으론 잘 만들어진 것 같다. 특히 707의 이진봉과 SSU의 정성훈 같은 존재는 적당히 잘 맞아 들어갔다. 약간의 깐족거림과 민폐가 이 프로의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아쉬운 점은 있다. 어느 정도 부대의 대표로 출현했음에도 707 팀장 이진웅은 베네핏을 획득할 수 있는 미션을 여러 번 포기했다. 본 게임에 집중하겠다는 게 이유인데 그들이 포기한 베네핏이 자신들에겐 페널티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런 식으로 다른 팀들도 포기했다면 게임의 진행이 어려웠을 거다. 그리고 그들의 기량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SSU의 팀장 정성훈은 매 게임마다 체력의 한계로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욕까지 했다. 그런 면이 약간은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이 프로에 나올 정도면 어느 정도 자신의 체력을 키워서 나와야 되지 않나? 란 생각이 든다. 그도 그 생각을 했는지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나아졌다. 13회까지의 결과, 공격형 부대인 UDT와 구조 부대인 SSU 두 해군만이 남았다. 재밌는 건 미션에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707은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고, UDT와 SSU는 패자부활전을 거치며 살아남아 결승에 진출했다. 특수부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프로임엔 확실하나 뜬금없는 PPL이 난무하기도 했다. 갑자기 팬티 선물을 하질 않나 막걸리에 건강식품을 타 먹더니 밥 대신 치킨, 닭가슴살만 먹는다. 거기다 타이어 회사의 협찬이라고 하지만 타이어 미션이 빠지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다음으로 캐릭터들에 대한 얘기로 넘어간다. UDT의 네 명 모두 무난히 괜찮고, SDT의 경우 패자부활전인 40kg 군장을 하고 산악 행군하는 데스매치에서 두 멤버가 반환점에 먼저 도착한 한 뒤 짐을 내려놓고 뒤쳐진 동료를 위해 다시 내려가는 모습이 인상 적였다. 그 외에 팀들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여기선 11회부터 관심을 가진 SSU 위주로 쓴다.

요즘은 개인이 인스타, 유튜브 활동으로 정보를 얻기 쉽다. 가끔 이런 검색을 지나치게 잘하는 내가 좀 무서울 때도 있다.(이런 능력을 일에 쏟으면 얼마나 좋아?) 팀장 정성훈부터 시작한다. 인스타 팔로워 수가 가장 적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들어가 몇 편을 봤다. 자신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길고, 악플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더 쓸 말은 있지만 멘털이 약한 것 같아서 혹여나 이 글을 읽게 되면 또 속상해할까 봐, 그 얘긴 그만 쓰겠다. 그래도 그에게 배울 점은 있다. 최근엔 체력 훈련을 많이 했는지 13회에선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체력이 정신을 받혀준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케이스다.
황장군이란 별명을 가진 괴력의 사나이 황충원. 신기 한 건 빡빡머리의 거구로 무서울 법한데, 인상이 선하다. 테러 미션에서 망치질 한 방에 문을 따고, 고작 몇 번의 망치질로 열쇠를 부수고, 나무 상자까지 한 방에 박살 내버린다. 게다가 수영 선수 출신이라고 하지만, 13회의 바다 수영 실력은 어마어마하다. 인스타를 봤다. 아기가 있는데 엎드려 자는 아기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아이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아빠의 반전 모습에 팔로잉했다.
그리고 문제의 정해철. 11회에 "아 띠발! 이 떼끼 태워" 패자부활전 갯벌 미션에서 정성훈의 체력이 또 방전되자 내뱉은 말이다. 속이 다 ~ 시원했다. 다른 부대는 일단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 뒤 낙오자를 데리러 돌아갔지만, SSU는 그냥 태워버렸다. IBS(고무보트)를 타고 있는 정성한을 향해 '꽃가마', '유모차', '갯벌 관광' 등으로 묘사한 댓글을 읽고 한참 동안 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의 이 장면이 나를 정해철과 SSU의 팬으로 이끌었다. 그 뒤에 이어진 IBS에서 웃으며 노 젓는 장면, 13회에선 들것에 80Kg 더미를 어깨에 둘러매고 걸으며 웃는다. 쟤 뭐냐? 인스타에 들어갔다. 사진들이 죄다 웃고 있다. 보는 나도 따라 웃게 만든다. 심지어 뛰어난 패션 감각에 옷발까지 좋다. 거기에 부인도 예쁘다.(4차원 미인 느낌) 자신은 부인이 없으면 '먼지'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애처가다. 이번엔 그의 유튜브'사소한 촬스'를 봤다. 은근히 웃기다.(같이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소한 시선'은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minorgaze)에 정해철을 디스 하는 글을 올린다. 글발이 장난 아니다.) 단지 이렇게 재밌는 걸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가 유튜브에서 SSU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정신력, 체력을 키워서 가는 게 좋지만, 체력을 키우면 나머진 따라온다'는 말은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숨겨진 보물 같은 존재다. 시간이 되면 처음으로 돌아가 정해철 씬만 찾아보고 싶다. 얼마나 자주 많이 웃나?(너무 쓸 말이 많아 정리가 안 된다.)
마지막 김민수 대원이다. 김민수는 산악 행군 때, 지친 모든 대원을 이끌고 40kg군장에 20kg 탄약통을 들고 정성훈을 뒤에서 밀며 끝까지 완주하는 장면부터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본 그의 유튜브 '88번 김근성'에 최근 올린 'SSU 58기 3인방'의 영상 두 편을 보고는 팬이 되어버렸다. 배성재의 '장군차 운전병 이야기' 이후로 이렇게 군대 얘기를 재밌게 들은 적이 없다. 유튜브 내용 중 훈련 당시 운동 시간을 따로 주지 않아 일부러 벌칙을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 벌칙을 운동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또한 댓글에 이들의 기초훈련 모습을 담은 <KBS 수요기획> 얘기가 나와서 찾아봤다. 2012년 21살. 그들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튜브 이름인 '88번'은 김민수의 당시 훈련 번호였다. 유튜브에 나온 82번 박성현은 가장 약한 체력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2인 1조 바다 수영 훈련을 마치고 쉬는 장면에서 박성현은 바닷속에서 자신을 계속 밀어준 김민수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간식으로 받은 빵을 김민수에게 준다. '수요기획' 영상엔 나오지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푼 썰엔, 박성현은 바닷속에서 밀어주고 있는 김민수에게 반쯤 나간 정신으로 "미... 미... 민수야... 고... 고마워...'를 연신 내뱉었다고 한다. 잠시 '강철부대'의 산악 행군 장면을 설명하겠다. 뒤에서 밀어주는 김민수를 향해 정성훈은 "민수야 진짜 제발, 하면 안 돼 지금 나 완전 무너져 그러며~언!"라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 뒤로 정성훈은 '무너져!'에서 파생된 '문어좌'란 별명을 얻는다. 같은 도움을 받았지만 반응이 사뭇 다르다. 박성현은 무사히 과정을 수료하고 지금은 김민수처럼 해양 경찰이 됐다. '강철부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수요기획'으로 끝나네.('수요기획'을 보며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다.) 마지막으로 그가 유명해진 인터뷰 내용이 있다. 코까지 커버되는 수경에 바닷물을 가득 채워 쓰고 밥을 먹는 훈련 중 그는 '간이 딱 잘 맞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어진 그의 별명이 '간딱좌'
딥씨! 다이버!
강한 훈련만이 강한 다이버를 만든다.
어쨌든 이 프로를 보고 나는 체력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플랭크 1분씩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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