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인전을 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 그것도 지금 이 시기에, 그런데 하고 말았다.
작년에 불안장애를 겪으며 상담을 했다. 선생님이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를 가지라는 충고를 하셨다.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거기다 코로나까지 겹치니 더욱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랫동안 보지 못 했던 주변인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그림책 수업에서 만난 동생들을 만났다. 내가 다시 페어에 참여해볼까 고민한다는 말에 한 동생이 "언니는 꼭 개인전을 해야 해!"라고 말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어떤 카페 그림을 그렸다. 그 카페 사장님의 지인이 그 그림을 사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금액을 얘기하자 '깎아줄 수 없냐'는 말을 했다. 뭔가 이건 아니지 싶었다. '그래! 개인전을 해서 나를 좀 알려보자'
그래서 급하게 전시할 곳을 알아보다가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작고 개성 있는 전시장 '꼬씨꼬씨'를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관장님께서 '큰 그림이 몇 작품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하셨다. 그래서 이미 그린 작품 중에 몇 개를 큰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 전시 일주일 남기고 리플릿과 포스터, 배너 등을 인터넷 업체에 맡겼다. 대충 그 정도면 될 거라 예상했는데 업체에서 출력 시간이 걸렸다. 토요일 택배기사님께 전화가 왔다. '여기 코엑슨데 어디시냐고...' 뜨하 ~ 2년 전 디자인 페스티벌 때 급히 출력을 맡기고 받은 주소로 인쇄물이 갔다. 주소 확인을 못 한 내 탓이지만... 결국 전시 기간 동안 집에 있는 프린터를 이용해 이것저것 뽑아서 전시를 마쳤다. 전시 끝난 지 5일 지났는데 아직도 인쇄물은 오지 않고 있다.

2022년 1월 10일부터 1월 18일 동안 전시를 했다. 지난 10년 동안 그려 온 작품 중 25개 정도 뽑아서 디피를 했다. 첫날은 내가 구상 한대로 했다. 그리고 점차 지인들이 오기 시작했고, 생각지도 못한 어떤 분께서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내 디피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는 바람에 어느 순간 그림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옮겨 다니며 한 5일 동안 계속 바뀌게 됐다. 나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정신을 못 차렸다. 첫 전시다 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의 말이 다 옳게 느껴졌다. 그러다 친분 있는 선생님과 작가님께서 그건 작가 맘대로 하는 거지 남들 얘기에 휘둘리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줏대를 갖자'였다. 어차피 내 작품이고 내 공간인데 내가 원하는 대로 했어도 될 일이었다. 작품 주제도 '그냥 그린다'인데 전시도 '그냥 한다'면 될 것을, 많이 배웠다.
전시 기간 중에 다양한 사람들을 겪었지만, 대부분 다녀 간 사람들은 지인들이었다. 첫 전시라 힘을 주고 싶어 찾아와 준 모든 분들, 멀리서 오지 못해도 격려해 준 분들, 어떤 친구들은 두 번씩 와주기도 했고, 서울에선 다섯 명이나 내려왔다. 그리고 전시를 축하해주려고 오카리나 공연을 해준 친구도 있었고, 친구의 지인들까지 감사했다. 그리고 '꼬씨꼬씨'란 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몇몇 새로운 분들과의 인연도 좋았다. 전시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사람들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마음이 푸근해졌다.
전시가 끝나고 한동안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슬슬 그림을 그려야지. 그리고 많이 그리고 싶다. 좋은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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