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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속에서

회사 언니가 꿈에 나타났다.

언니와 갔던 봉평 메밀밭을 그려봤다


회사를 관둔 지 14년 정도 되어가고, 회사 언니가 돌아가신지는 8년쯤 되어간다. 그런데 아직까지 회사에 다니는 꿈을 꾸고 돌아가신 언니가 꿈에 나온다.(회사 꿈에서 깨면 '휴 ~ 다행이다. 나 회사 안 다니지?'라고 생각한다.)

어젯밤 꿈에선 우리 사무실에 몇몇이 모여 케잌을 먹고 있었다. 그 자리에 회사 언니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다. 사람들한테 언니가 보이냐고 물었더니 다들 안 보인다고 했다. 내가 언니한테 가서 "언니 죽었잖아"(꿈에서 죽은 사람을 인지한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몸에 손을 가져가니 손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한 말 "언니는 언니 세상에서 살고, 난 내 세상에서 살아야지" 그러고 언니를 만지니 몸이 만져졌다. 그 뒤 케이크를 먹느라 돌아선 뒤에 다시 보니 언니가 사라졌다. 사무실 옆 캐비닛 같은 옷장문이 열려 있고 안에 옷걸이가 바람에 살랑 거렸다.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모르겠어"라고 혼잣말을 하고 깼다.

아마도 이 꿈을 꾼건 며칠 전 지인과 나눈 대화 때문인 것 같다. 그 지인은 '심야 괴담'이란 프로를 즐겨본다며 내게 한 편을 얘기해줬다. 그게 머릿속에 남아 꿈과 합쳐진 모양이다. 놀라운 건 꿈에 무수히 나온 언니에게 직접 '죽었단'얘기를 했다는 점이다.

회사를 다닐때 언니랑은 같은 노처녀 처지라 친해져 쉬는 날이면 함께 놀러 다니곤 했다. 언니는 '나의 문화유적 답사기'를 좋아했고, 덕분에 나는 한국 일대를 당일로 누비고 다녔다. 내가 회사를 떠날 즈음 언니는 회사를 관두는 나를 못 마땅히 여겨 우리 사이가 좀 틀어졌었다. 그 뒤 몇 년이 흘러 언니에게 연락이 와서 같이 밥을 먹으며 가끔 보자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정말 몰랐다. 어느 날 회사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40대 초반의 나이였던 언니가 돌연사를 했다. 장례식장에 다녀왔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선지 좀 덤덤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언니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토록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가버리다니, 안타깝고 더 잘해주지 못 한 마음에 미안함이 솟구쳤었다.

지금은 '언니는 그래도 언니 인생을 잘 살다 간 걸거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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