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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속에서

서울가서 전시 보고 왔다

지난 수요일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불현듯 전시를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지인이 추천한 전시들이 떠올랐는데 마침 마감이 임박한 상태였다. 보려는 전시가  강남이라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지난해 11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차에 확진자가 있다는 문자를 받고 PCR 검사를 한 이후론 처음이다.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은 그냥 '서울'이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4212번을 타고 청담동에 내려  ‘K현대미술관’을 찾았다.

 

 

 

 

 

 

 

<데이비드 슈리글리>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세상에 그새 관람료가 2만원이 되다니, 이렇게 오른 줄 몰랐다. 평일 오전 시간대라 사람이 적었다.(실수로 혼자 반대로 돌았다.) 귀여운 그림과 유머러스한 글귀가 정말 딱!  스타일이었다글이 영어라 옆에 해석한 코팅지를 읽었다.(근데 사람들은 다들 해석이가능한지 코팅지를 보는 사람이 없었다.) 거꾸로 입구로 왔을  데이비드 슈리글리 자화상 드로잉과 셀카를 한장 찍고선 엽서와 클리어 파일 하나를 기념품으로 샀다. 내가 슈리글리처럼 명쾌한 유머와 욕설의 글, 단순하면서 귀엽고 깔끔한 그림을 그릴 능력은  되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시도해보리라 마음먹고 나왔다.

 

다음으로 삼성동의 마이 아트 뮤지엄의 <샤갈 기획전> 보러가기 위해 맵을 켰다. 4212번에서 내린 정류장에서 그대로 3011번을 타면 한 번에 삼성동을 가는 버스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가 점심 시간이었다. 삼성동에서  사먹을까... 고민하다가 정류장 뒤편 ‘테그42’라는 에그 샌드위치 가게가 보였다. 괜히 삼성동에 가면 맛있고 좋은 걸 찾아 헤멜 것 같아 여기서 대충 때우기로하고 들어갔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둘러보니 여기 손님들은  젊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샌드위치를  먹고  쉬다 가려는데, 내 왼편의 통로 쪽 테이블에 중년의 남자와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앉았다. 조금 있으니 중년 남성  명이 더 합석했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그 테이블에 인사를 하고 통로를 통과해 어디론가 갔다. 그리고 유독 어린 남녀가 많았다. 그러다 중년 여성  명이 들어왔다. 이들도 저 테이블의 사람들과 인사를 하더니 커피를 시켜 내 오른쪽 옆 옆 테이블에 앉았다. 이어서  무더기의 젊은이들이 들어오더니 이쪽 저쪽 인사를하고  올라갔다.   여기 뭐지?  상황? 다 아는 사람들만 오는 곳인가?' 그런데 어렴풋이 들려오는 얘기 ‘YG 어쩌구어쩌고…’그럼 여기가 기획산가? 그래 보이진 않는데, 갑자기 옆에 중년 남성이 일어서더니 잘 닫히지 않는 매장 문을 고치고 왔다. '그럼  아저씨가 사장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나왔다. 건물 이름이 'YG KPLUS ‘ 알고보니 이곳은 YG에서 만든 방송 아카데미였다.

 

버스로 삼성동에 도착했다. 그래도  번의 페어 참석으로  일대의 지리가  밝다. 거기다 ‘마이 아트 뮤지엄 섬유센터 지하에 있었다. 친구가  건물에서 일한적이 있어 자주 들리던 곳이라 익숙했다.

 

 

 

 

 

역시 샤갈의 전시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2시쯤 전시장에 들어갔는데 마침 도슨트 해설 시간이었다. 최근에 눈을 혹사해선지 작품을 보는데 눈이 피로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눈을 감고 도슨트를 듣기로 했다. 그날은 채보미 도슨트였는데, 발음이 명확해 내가 있는 곳까지 또렷이  들리고 내용도 좋았다. 10여년 전에도 샤갈 전시를  적이 있다. 그때는  유명한 회화 작품들이 많이 전시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석판화 위주의 작품이 많았고, 그것도 성경을 풀이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그에 대한 지식이 짧은 나로선 도슨트의 설명이 도움이 됐다. 사실  샤갈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색채의 마술사’라고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 아니다. 거기다 구도나 구성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예전에도 유명한거니깐 봐두자 정도였는데 역시 이번에도, 그저 도슨트로 충분히 만족하기로 했다.

 

전시를 보고 나와, 삼성동 지하의 코벳 블랑’ 매장에 갔다. 예전에 거기서  재킷을 잘 입고 다녀 혹시나 하고 들어갔다가 쇼핑을 하고 말았다. 세일은  왜 그리 많이 하는지 얇은 재킷을 하나 입어보는데 옆에서 직원이 고객님 영~해보이세요.”라고 했다.  말이  머리로는 이건 팔려고 하는 멘트니 넘어가면 안돼!’라고 되뇌이고 되뇌였지만, 결국 입으론 이거 주세요 ~”... 나는 여러 모로 줏대가 없다.

 

5시쯤 됐다. 전시도 다 보고, 쇼핑까지 했으니 슬슬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앞에서 360번을 타고 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강남일대를 버스로  바퀴 돌았다. 예전 같으면 무조건 지하철을 탔을 텐데 ‘카카오맵’을 이용하니 지상의 버스로 다닐  있어서 좋았다.(카카오 주식 몇개가 있다.  회사가 일을 잘 하면 좋지)

 

집에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인스타로 샤갈전의 도슨트를 찾아봤다. 좋은 시간이었다는 글을 썼는데 댓글을 남겨줬다. 맞팔도 하고, 더욱 고마웠던   그림이 좋다 댓글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서울에 올라가면 계속 싸돌아 다니다 어둑해져서 내려왔는데, 조금 이르게 내려오니 버스안에서 창밖의 해질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전시도 보고, 쇼핑도 하고, 나름 에피소드들도 있었는데, 그날따라 왠지 모를 담담한 마음이 내 안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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